"아, 아야! 선생님, 허리를 꼼짝도 할 수가 없어요."

오늘도 외래진료실 안으로 휠체어에 몸을 기대고 적잖이 고퉁을 받은 듯한 환자가 근심어린 얼굴로 들어선다.
간단한 병력청취와 진찰을 해보면 대부분의 경우 다른 외상없이, 자고 일어난 후 갑자기 통증이 생기거나 아니면 간단한 활동, 즉 세수를 한다든지 물건을 집다가 갑자기 통증이 생겼다고 호소한다.
또한 허리통증 뿐만 아니라 다리의 저림증상이 심하고 정밀검사상 중증의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받아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서도 자세한 병력을 물어보면 수년전, 혹은 수개월전부터 '허리가 삐끗' 하며 발생되었던 요통으로 고생한 적이 여러차례 있다는 얘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대개 급성 요통 증후군(Acute low back pain syndrome)이라 불리는 이러한 통증은 대부분의 경우 1~2주간의 안정가료 및 보존적 치료로 회복되며 이 때에는 양방 뿐 아니라 한방치료, 심지어는 단순한 안정만으로도 회복될 수 있는 시기의 허리병이다.
또한 이렇듯 전형적인 경우가 아니라도 조금 과격한 운동으로 무리를 한 이후라든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특별한 이유없이 퇴행성으로 싱기는 경우 등, 요통의 발현 양상 또한 다양하며 일정기간의 보존적 치료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요통은 왜, 얼마나, 언제 생기며 어떻게 관리될 수 있을까?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전체인구의 80% 정도가 한평생 살아가는 동안 최소한 한번 이상 요통으로 고생한다. 7~10%는 만성요통으로 고생하며 1%는 요통 때문에 신체 장애를 갖는다.

최근 컴퓨터 작업 등의 생활 환경 변화, 평균 수명의 증가로 요통의 빈도는 증가되는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관심 및 사회 의료적 비용 또한 막대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요통은 질병이라기보다는 두통, 감기와 같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 밖에 없는 증상이다. 이러한 요통을 '단순 요통'이라고 한다.

그러나 간혹 요통은 심각한 병에 의해서 발생되기도 한다. 척추 결핵, 척추뼈의 골수염, 척추뼈의 암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요통은 '병적인 요통'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단순 요통은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하지만 단순요통이 발생하는 사람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허리에 부담이 가기 이전에 이미 '허리가 약해져 있는 상태'라는 공통점이다. 허리가 강한 사람은 웬만큼 허리에 무리가 가도 요통이 생기지 않는다. 단순 요통이 생긴다는 것은 허리가 약하다는 증거이다. 즉 '약한 허리'가 단순 요통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 요통을 오랜 기간 방치할 경우 요통은 단순 요통에 머물지 않고 허리 디스크와 같은 병적인 요통으로 진행될 수 있다. 허리를 자주 삐거나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드는 사람에게 허리디스크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렇다면 강한 허리와 약한 허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허리 척추는 크게 척추뼈, 디스크, 인대, 근육, 신경의 다섯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어느 한 가지에 문제가 있어도 강한 허리가 될 수 없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근육의 차이이다. 강한 허리는 허리 척추를 허리 주변의 근육이 든든하게 받쳐주는 상태인 반면, 약한 허리는 근육이 약하고 늘어져서 허리 척추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약한 허리를 강한 허리로 만드는 방법은 환자 자신이 열심히 운동하여 허리 근육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며 이러한 이유로 운동과 교육이 장기적인 치료 전략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운동치료는 척추의 기능에 관계하는 근육들을 신장(stretching exercise) 및 강화(strengthening exercise)시키는 것이 기본인데, 이를 위하여 굴곡운동(flexion exercise), 신전운동(extension exercise) 및 등장성 강화운동(isometric strengthening exercise) 등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여러 근육들이 조화롭게 협동 수축을 하도록 하는 운동(stabilization exercise)도 요통의 치료와 재발방지에 효과가 있따고 한다. 또 유산소 운동(aerobic exercise)이나 스포츠운동을 적절히 시행하면 요통에 해롭지 않으며,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요통의 정도와 병인의 양상에 따라서 이러한 운동을 단독, 또는 혼합하여 시행한다.

외래에서 여러 환자분들과 상담하면서 받는 흔한 질문 중 하나는 "무슨 운동을 해야 합니까"와 "이 운동(ex. 달리기, 골프, 요가 등)을 해도 됩니까?" 라는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약한 허리를 가진 분들에게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은 허리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운동이 특별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달리기는 전신운동으로서 심장, 폐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위해 더 없이 좋은 운동이지만 허리가 좋지 않은 분은 허리에 관한 근육 운동을 열심히 하고 이와 병행하여 달리기 등의 운동을 하는 것이 올바른 운동법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골프 등의 운동도 허리를 강하게 하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자기에게 맞는 정도의 골프를 한다면 별 문제없이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요통은 호전되어도 2년 이내에 재발할 가능성이 60%나 된다고 하므로 치료와 동시에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도 중요한데, 다른 질병과 같이 요통도 예방이 최선이며, 대부분의 요통은 예방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역학적인 요초관리, 적당한 운동과 활동, 양호한 전신건강과 적응성 및 건강한 정신사회적인 상태가 필요하다. 그래서 요통의 예방 또한 운동과 교육이 효과적이다.

교육으로서의 일상생활, 작업, 운동 등 모든 활동에 역학적인 자세와 동작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통의 예방과 재발방지의 기본이다. 또 운동부족으로 인한 요통이 흔하므로 무리하지 않고 규칙적으로 시행하는 적당한 운동과 활동이 허리건강유지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허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운동방법과 요령을 배워서 운동을 습관화하고, 양호한 전신건강을 유지하고 신체적응성을 키우는 것도 요통의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된다. 또 불안한 정신상태이거나 사회적이나 심리적인 요인이 있으면 이를 해결하는 것이 요통의 예방과 재발 방지에 매우 중요한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에는 퇴행성 척추 측만증과 요추 후만 변성 등과 같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척추의 변형이 점점 증가되고 있는데 이는 일상생활의 올바른 자세와 활동량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건강한 노년을 위한 허리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